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568)

nội dung

568화 폐문 (2)

텅 빈 마을을 수색하고 있다.

아니, 사실 수색보다는 약탈이란 단어가 알맞다.

사령관의 몸을 빼앗은 촌장이 내린 명령의 내용은 딱 하나였으니까.

“마을을 수색해 찾아낸 모든 것을 한곳에 모아라!”

가구, 집기, 장비, 생활 도구 등…….

종류의 구분은 없었다.

쓸모가 있어 보이든, 없어 보이든 가리지 않았다.

찾아낸 모든 것을 가져오라는 명령.

하면, 촌장이 그런 명령을 내린 이유가 뭘까.

추측해 보건대, 지금까지 마을을 키우며 모은 것들이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일 리는 없었다.

촌장은 그런 것에 미련을 가질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들을 약탈한 이유는 하나.

제롬 세인트레드라면 그리했을 테니까.

왕가를 위한단 이유로, 전부 다 털어 갔을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촌장은 그런 명령을 내렸다.

“각 조의 조장들께서는 이 지도를 가져가 배정된 구역을 맡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게 탐사군은 각 조별로 구역을 나누어, 한때 스스로를 인간이라 믿던 괴물들이 거주하며 아이를 키웠을 집을 약탈했다.

전투 따윈 일절 존재치 않는 지루한 노동.

하나 이러한 단순 작업을 반기는 부류도 있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최초의 마물들의 생활 방식이 녹아든 물건들!”

“이건 대단한 연구 자료가 될 겁니다!”

“아쉽군요……. 한두 마리를 생포해서 직접 얘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혹시 숨어 있던 녀석이 없으려나?”

연구에 미치고 환장하는 마법사들.

적어도 그들만큼은 이 작업에 아주 큰 가치를 부여했다.

아, 물론 레이븐도 포함해서.

“얀델 씨는… 이곳에서 머무른 적 있다고 했죠?”

“그런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이야기를 좀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그래, 기회가 되면.”

“약속한 거예요? 그럼 가 볼게요. 휴식 시간이 끝나서. 이따가 봐요.”

아무튼, 우리 임시 4조 또한 이 임무를 받고 열심히 배정받은 구역을 뒤지고 또 뒤졌다.

그러면서도 괜스레 기분이 이상했다.

그야 레이븐도 말했듯, 우리는 이곳에서 지낸 기억이 있으니까.

“……저기는 우리가 머물렀던 저택이로군요.”

“어! 저긴 피아로치치와 대련했던 공터다!”

“어딘가 으스스하네요. 저기 대장간도 불은 켜져 있는데 안에 아무도 없어서…….”

“뭔가… 표현하긴 어렵지만 뭔가… 기분이 굉장히 이상하다. 괴물이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녀석들도 많았는데…….”

과연 인간과 괴물을 구분하는 것은 뭘까.

외모? 종족적 특성? 경험치의 유무?

그럼 다시 인간의 몸을 되찾은 촌장은 인간인가?

역으로 내가 모종의 일을 통해 괴물처럼 변하거나, 그들 몸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럼 나는 괴물인가?

이제는 잘 모르겠다.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조차, 이제는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얀델… 괜찮나? 표정이 안 좋은데.”

“…물론이다. 괜찮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다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이후로도 맡은 임무를 이어 갔고, 배정받은 구역의 수색이 전부 끝나자 마을 중심부에서 다른 조들과 합류했다.

어느덧 야영 시간이었다.

“양이 어마무시하네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수백이 넘는 개체가 살아가던 마을이니까.”

하루 온종일 걸렸던 마을 수색 및 약탈 작업은 끝.

모든 마을을 뒤졌지만 숨어 있던 생존자는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끝난 후에는 적당한 빈집에서 각 조별로 야영을 했다.

마침내 동료들과 조용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된 셈.

“저희는… 저 멀리 다른 방에 있겠습니다.”

“예. 편히들 대화를 나누십시오.”

이후 아르민 탐사단과 헥츠 클랜이 눈치껏 자리를 비켜 주고, 이내 베르실이 ‘음성 제어’ 마법을 쓰자 아멜리아가 잽싸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아, 그건…….”

“사령관과 둘이서 일을 꾸몄단 걸 믿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네 성격에 아무런 얘기도 미리 해 두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거,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는.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자칫하면 굉장히 위험했다.

여신이 말하기로는 내가 기절한 동시에 내 동료들은 기습적으로 제압을 당했다.

오더를 내릴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컸다.

어떡하지? 여기서 싸우는 게 맞나? 하지만 왕가의 군대인데? 과연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찰나의 판단이 결과를 가르는 그 순간.

내가 빠진 클랜 아나바다는 제때 판단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전원이 맥없이 구금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결과 자체는 좋았지만.’

다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판단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일이 잘 풀렸기 때문이다.

분명 끝까지 항전을 했다면 누구 한 명은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얘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거고.

내가 행운에 기대며 아무런 언질도 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네 말대로다. 숨은 협력 같은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제롬 세인트레드는 나를 촌장에게 넘기려고 했지.”

여기까지는 틀림없는 진실.

“촌장이 갖고 있던 왕가의 보물 같은 거로 회유를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떻게 잘 해결했고, 역으로 이를 이용해 촌장을 잡아낼 수 있었다.”

“…어떻게 잘 해결했다니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듯 베르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고,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레아틀라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역시 분명한 진실이었다.

뭐, 말로 잘 해결해 보라는 그런 조언이긴 했지만.

적어도 이 상황을 넘기는 데는 도움이 크게 될 거 같기는 하니까.

“레아틀라스 님… 이라고요?”

“설마 그때 빛이 터져 나오면서 기절했던 게……?”

“아무튼, 자세한 건 여신과의 약속이라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렸고, 마을을 탈출한 나는 제롬 세인트레드와 만나 몰래 거래를 했다. 나를 버림 패로 쓰려던 걸 잊어 줄 테니까, 우선 촌장부터 잡자는 거였지.”

“……아까 크나큰 전공이니 뭐니 하면서 보상을 주겠다 한 것도 그래서였군요.”

이내 나는 쓱 주변을 둘러봤다.

여신의 이름까지 팔고, 사령관이 내게 보상까지 쥐여 주려던 정황까지 겹쳐지자 대부분 내 말을 의심 없이 믿는 눈치였다.

딱 한 명, 아멜리아만 빼고.

‘……나중에 둘만 있을 때 집요하게 물을 기세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촌장의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상대가 촌장인 이상, 내가 비밀을 공유했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 역시 촌장이 혹시 할지 모를 ‘돌발 행동’의 목표물이 될 테고.

‘무엇보다… 언젠가 일이 정말 잘못됐을 때,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되지.’

아무튼, 이후 동료들의 질문 몇 개를 더 받아 주는 것으로 이번 주제는 끝.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였다.

“다들 잠깐 자리 좀 비켜 주겠나?”

“아… 으응, 너도 쉬어야지…….”

“미샤, 너는 빼고.”

“…엑?”

내가 콕 집어 부르자 무슨 담임 선생님에게 지목을 당한 것처럼 당황하는 미샤.

이후 동료들이 먼저 쉬러 간다며 나가고 혼자 남자, 미샤가 의자에 앉은 채 무릎 위에 양 주먹을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먼저 물었다.

“뭐, 뭔데……? 갑자기 나, 나만 따로 부르고…….”

괜히 에둘러 말하며 애태우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소생의 돌.”

“……!”

딱 세 단어를 언급했을 뿐인데 움찔하는 어깨.

이런 애가 어떻게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나도 싶지만, 생각해 보면 전부 내 탓이다.

조금 몰아붙이는 한이 있어서라도 진작에 강하게 물어봤어야 했는데.

왠지 얘한테는 그러기가 어렵단 말이지.

“이백호가 준 거냐?”

어떻게 알았냐든가, 그런 식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미샤는 짧게 답했다.

개미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응…….”

“그걸 주면서 뭐라고 말했지?”

“네 곁에 있다가… 언젠가 네가 죽으면 그걸 써서 사, 살려 내라고…….”

그래, 역시 그랬구나.

내심 짐작하고 있던 것이기에 놀랍진 않다.

다만, 몇 가지가 궁금했다.

“소생의 돌을 사용 시, 대상이 생전 기억을 전부 잃는다는 걸 알았나?”

“……뭐?”

오케이, 표정을 보니 그 특징은 몰랐단 거겠고.

나는 곧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몰랐다면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은 거지? 얘기만 들어선 나한테 해가 될 일도 아닌 거 같은데.”

“네가 알게 되면… 너한테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랬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숨겼다? 그 새끼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

미샤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꾹 다물었다.

한데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굉장히 묘한 감정이 피어난다.

화가 난다기에는 머리는 차분했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기엔 자꾸만 심장이 뛴다.

그 감정은 슬픔과도 거리가 멀었다.

도대체 뭘까 이 기분은.

“알겠다. 그럼 이만 나가 봐라.”

알 수 없기에 이쯤에서 대화를 끝내고자 했다.

얘를 더 불편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배려였다.

한데 어째서일까.

“…….”

미샤는 의자에 앉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왜 안 나가냐? 가서 쉬어라. 너한테 들을 건 다 들었으니까.”

이내 미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다… 들었다고? 그게… 끝이야?”

내게 있어서는 이상한 질문이었다.

“왜, 뭔가 더 필요하냐?”

“…….”

“질책할 생각은 없었다. 악의를 품고 일을 꾸민 것도 아니고, 너는 그저 날 위해서 한 일이었을 뿐인 거잖냐?”

조곤조곤한 내 답변에 미샤는 또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렇게 정적의 시간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그런 건…….”

“……?”

“그런 건 싫어…….”

미샤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냥… 말해 줘. 뭐든 좋으니까…….”

간절함마저 느껴지는 애원의 말.

그 부탁에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난 단지 더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조차도 알지 못하던 본심이 입을 통해서 먼저 나올 수 있는 줄은 몰랐거든.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대로 믿기 어려우니까.”

한때 낯선 이 세상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됐다.

물론 그것이 전부 얘 책임은 아닐 테지만.

오히려 잘잘못을 따지자면 이백호에게 훨씬 더 큰 지분이 있을 테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

“오늘 얘기를 듣고 나서도 뭔가 더 숨기고 있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으응, 그랬구나…….”

미안하게 됐다고.

그렇게 말할까 싶다가도 내가 미안해할 일은 아닌 거 같아서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미샤는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터벅, 터벅.

말없이 걸음을 옮겨.

쿵.

문을 닫고 조용히 방을 떠났다.

***

다음 날 아침.

매일 아침 일상인 오전 회의가 끝나고, 촌장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만 낭비하는 오전 회의는 그냥 없애 버리면 안 되냐?”

“그럴 수 없네. 제롬 세인트레드는 정해진 일과를 중시하는 인물이니까.”

“뭐,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나저나 어제 말한 보상은 생각해 봤나?”

“아, 그거라면 나중을 기약할 생각이다. 아직까진 당장 필요한 게 없어서.”

“그렇다면야. 언제든 말하게.”

“그러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앞으로의 계획이라 보는데… 이제 너는 어쩔 생각이지?”

“그때도 말했듯, 일단은 차차 시간을 두고서 이 몸에 적응부터 할 생각일세.”

촌장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적응이라…….”

결국 저 말은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저 몸으로 지내며 어떤 정수를 지녔는지, 이블루스 정수는 정말 먹은 건지, [이교 제단]이 실제로 도시에 설치되어 있는지 등등.

그런 걸 먼저 확인하려는 거겠지.

“적응이 끝난 다음엔?”

“곧바로 이곳을 떠날 걸세.”

해석하자면, 이블루스 정수만 확인이 된다면 즉시 자리를 비켜 주겠다는 뜻.

나로서는 손꼽아 기다려지는 시기였다.

뭐, 그것과 궁금증은 별개지만.

“근데 그 몸으로 계속 살아갈 생각이면, 그냥 다 같이 탈출할 때 껴서 나가면 안 되는 거냐? 이블루스 정수는 지우는 것도 불가능한데.”

플레이어로서의 직업병이라 해야 하나?

조금 일찍 나가겠다고 횟수를 까먹는 게 너무나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도무지 가시질 않는다.

정확히는 너무 아까웠다.

내가 손해를 보는 상황도 아닐진대.

“게다가 혼자 죽어서 탈출하면, 왕가에서도 널 곱게 보지 않을 거다. 어쩌면 단장 자리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고.”

“아하하, 신기하군! 자네가 내게 그런 조언을 할 줄은 몰랐네만.”

“일단은 한배를 탄 사이 아니냐. 밖에서도 서로 협력을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보다 웃는 솜씨가 많이 늘었군?”

“슬슬 적응해 가는 중일세.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에.”

“그래서 대답은?”

“전과 같네. 적응만 끝나면 난 곧바로 나갈 걸세.”

촌장은 왜 그렇게 비효율적인 짓을 하려는 걸까.

그런 의문을 담아 쳐다보자 촌장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 계층에 들어온 지 이제 100일이 조금 넘었지, 아마?”

“그런데?”

“자네는 아직 이 계층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네.”

“……?”

“물론 자네야 기록대로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나게 되겠지만… 거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 않은가.”

그리 말한 촌장이 말을 이었다.

“이 순간을… 나는 정말이지 오랜 시간 기다려 왔단 말일세.”

이번에는 억지로 만들어 낸 듯한 감정이 아니었다.

촌장의 목소리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물론 그 순간은 지극히 짧았다.

“하하, 사람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모두 다르지 않나? 단 하루라도 더 빨리 이곳을 떠날 수 있다면, 내게 그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네.”

이내 촌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인위적인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Tóm tắt
텅 빈 마을에서 약탈 작업이 진행된다. 촌장은 제롬 세인트레드를 따라 모든 것을 모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연구자들은 마물들의 생활 방식에 흥미를 느끼고,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며 인간과 괴물의 경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수색이 끝난 후,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과거의 사건에 대한 진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